선호하는 캐릭터의 변화는 세상을 반영한다.
이현세의 설까치나, 슬램덩크의 강백호같은 구질구질함 보다는 재벌집 막내아들같은 산뜻함을 원하는 세상이다.
전통적인 캐릭터
‘시작은 미천하지만 그 끝은 창대하리’로 요약된다.
우리나라 작품 중에는 이현세의 만화에 등장하는 까치가 전형적이다. 가난하고, 재능은 있지만 키워줄 누군가가 없고, 여자친구 빼앗기고, 엄청난 악역이 등장해서 또 치이고 하면서 꾸역꾸역 성장한다.
드래곤볼 손오공은 어떠한가? 물론 전투민족 싸이어인의 후손답게 능력은 타고났지만 상항 절망적으로 강력한 상대를 만나고, 싸우다 죽고, 다시 살아나고, 친구가 죽고, 분노하고, 또 싸우는 과정을 거듭하면서 강해진다.
슬램덩크의 강백호는 그야말로 말로만 풋내기다. 운동신경만 좋고 농구는 전혀 모르는 풋내기를 주인공으로 데려와서 결국 산왕공고를 무너트린다. 이 과정에서도 강백호가 경기 전체를 지배하는 것은 아니다.
원피스의 루피는 아직 진행형이다. 신체가 늘어나는 것뿐인 보잘것없는 능력을 얻었지만 죽을고 비를 넘기며 계속 성장해나가고 있다. 주인공 버프가 아니었다면 10번은 죽었을 운명이다.
고전적인 캐럭터들은 우리와 같이, 혹은 우리보다 못한 위치에서 성장을 거듭한 끝에 저 높은 곳까지 올라가서 우리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다. 야!! 너도 할 수 있어!!라고 독려하는 것 같다.
먼치킨의 등장
하지만 요즘 캐릭터들은 다르다.
원펀맨은 그냥 강하다. 본인은 꾸준하게 팔 굽혀 펴기와 윗몸일으키기 등을 거듭한 끝에 얻은 능력이라고 하지만, 그냥 강한 거다. 아무리 강해 보이는 적이 나타나도 펀치 한방이면 끝난다.
더 이상 대중들은 주인공이 겪는 구질구질한 심파쪼의 이야기들을 오래 봐줄 인내가 없다. 성장은 짧게 끝내고 바로 능력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최근 종영한 재벌집 막내아들이 그랬다. 초반에 송중기의 힘들고 구질구질한 모습을 잠깐 보여주었지만, 이후 미래를 모두 살아낸 능력 있는 천재 경영인이 되었다. 자신을 무시하고 죽였던 순양가의 아들 딸들을 보기 좋게 혼내줬다. 전형적인 먼치킨이다.
고급스러운 먼치킨의 등장
우리가 사랑하는 김은숙 작가는 먼치킨을 좀 더 고급스럽게 만들어냈다. 너무 끔찍해서 눈을 감아버릴 정도로 처참하게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을 초반에 넣었으나 성인이 된 이후부터는 거침없이 달려 나간다. 잠시나마 송혜교 걱정을 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울 정도로 동은이는 준비가 잘 되어있다. 2기가 3월에 나온다고 하지만 걱정되지 않는다. 매우 화려하게, 그리고 처절하게 복수해 줄 것이다.
캐릭터에 동조하지 못하는 세상
예전 캐릭터들이 밑바닥에서부터 출발하여 갖은 어려움을 다 견디고 이겨내서 높은 위치로 나아갈 때 우리는 그 캐릭터를 보며 나도 언젠가 나를 둘러싼 어려움들을 이겨내고 멋진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느꼈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서는 그런 꿈같은 일이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안다. 캐릭터와 나를 동조화하기보다는 대상화하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선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연애는 할 생각이 없으면서 연예프로그램을 주구장창 시청하는 누군가처럼….
만화나 드라마 속의 케릭터상 변화가 더 씁쓸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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